교육 체계화로 내부통제 강화
사외이사 선임 개편 우선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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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연수원, 은행연합회,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금융연수원은 예비이사, 신임이사, 재임이사로 교육 대상을 세분화하고 △금융회사 및 이사회 구성·역할 △이사회 운영 관련 법·재무 등 필수 지식 △금융감독 정책, 주요 금융사고 사례 등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협약이 지배구조 선진화에 힘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협약식은 체계적인 교육 인프라 조성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며 "이사회의 전문성 함양은 단순한 역량 개발을 넘어 금융회사 차원의 균형감 있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이루는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사외이사들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협약이 금융사의 책임 경영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사외이사 역량 강화가 지주의 지배구조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기업 밸류업의 가장 중심 축 중 하나가 지배구조 선진화"라며 "이사회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그룹의 밸류업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 항상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왔다"며 "이번 협약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발전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사외이사 구조 내 독립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 강화만으로 실질적인 내부통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이사회 결의 안건(소위원회 제외)에서 사외이사의 찬성률은 100%로 나타났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사외이사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검증이 우선"이라며 "이미 선임된 후에 전문성을 높인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사외이사의 다수가 기업 경영자 출신이지만, 한국은 법조계·관료 출신이 더 많다"며 "선임 과정 자체를 개편하지 않는다면 지배구조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