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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달랑 15字 구속사유, 누가 사법부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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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1. 21. 00:02

서울서부지법. /연합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달랑 15자 구속사유를 밝혀 사법부 신뢰를 붕괴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대개 영장실질 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는 없는지 등에 대해 판사가 이유를 설명한다. 하물며 일반인을 구속할 때도 이런 절차를 밟는데, 탄핵심판을 앞둔 현직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런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서야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키겠는가.

'구속은 곧 유죄'라는 사회적 통념이 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판사는 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내놨어야 했다. 과거 법원이 다른 유력 정치인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형평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23년 9월 위증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당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영장기각 사유를 600자 분량으로 소상하게 밝혔다. 유 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지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는 이유를 달았다. 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배경을 불구속 사유로 적시했던 법원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왜 이런 잣대를 갖다 대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법원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게도 2심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아 22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2017년 3월 법원은 뇌물수수 등 13가지 범죄혐의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35자 사유를 댔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죄와 직권남용이라는 범죄혐의가 소명되는지, 왜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높게 봤는지 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을 탈퇴했다고 공수처가 강조한 점 등을 차 부장판사가 증거인멸의 정황으로 봤다고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가담했다고 구속 기소된 공범들의 진술 등 증거가 대부분 확보돼 있어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곧 법원에 구속필요성을 다시 판단해 달라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판사 쇼핑' 논란이 불거진 서부지법이 아니라 적법한 공수처 관할법원인 중앙지법에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속적부심에서는 '잡범 다루듯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판사가 법조계가 인정할 수 있는 자세한 사유가 붙은 결정문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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