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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오 박사의 세상 읽기] 탄핵시국에 분출되는 두 진영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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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23. 17:58

손대오
손대오 (전 세계일보 편집인·주필·회장)
◇ 1990년 10월 3일 그리고 1991년 12월 26일의 충격과 감동을 아시는가

탄핵정국의 이 처절한 내부분열, 탄핵 반대와 찬성 두 진영 간의 갈등과 대결을 매일 접하면서 1990년과 1991년에 있었던 일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실은 양 진영의 '세계관'과 맞닿는 본질적 문제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다. 미·중 신냉전 시대를 맞아 제2의 6·25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형세가 아닌가. 75년 전 제1의 6·25는 군사 무력전을 주(主)로 하고 사상 이념전은 부(副)였다. 지금은 그 이름도 생소한 하이브리드전, 초한전(超限戰)이란 말처럼 전(全) 영역에 걸친 총합전 시대다. 물리적 우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는 사상 이념전쟁의 비중은 대폭 높아지고 있다. 일상의 온갖 자극적인 보도나 잡다한 소식은 잠시 덮어두고 차분히 이 사태의 근원에 놓여있는 이데올로기적 세계관과 관련된 그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제 앞서 말한 질문을 던진다.

"1990년 10월 3일의 충격과 감동을 아시는가?"라고 누가 물으면 당신은 무어라고 말하겠는가? 이어서 "1991년 12월 26일의 흥분과 감격은 어떠했느냐?"고 묻는다면 귀하의 기억은 어떻게 반응할까? 벌써 35년이나 지난 특정한 날짜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전자는 서독이 동독을 전쟁 없이 흡수 통일한 날이고, 후자는 소연방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출범한 날이다. 동독의 지식인 청년 6만여 명이 이웃 공산 헝가리로 탈출하여 서방으로의 망명을 요청한 사건이 '동독의 몰락-독일통일'을 앞당긴 것은 물론 동유럽 공산정권들의 줄초상을 초래한 것이다. 그 결과가 세계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해체와 붕괴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른바 냉전의 종식은 이렇게 왔다.

◇ 후쿠야마의 섣부른 '역사의 종언' 선언과 미·중 쟁패의 신냉전 시대 도래

이를 놓고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더 이상의 이념과 체제전쟁은 없을 거란 희망 송가(頌歌)였다. 그 시대(1990~1991)의 충격이나 감동을 자기 것으로 토로할 만한 사람의 현재 나이는 50대 중후반 이상 되었을 것이다. 그 당시 이 나라의 2030 이상 세대는 독일통일에 뒤이은 동유럽공산권과 소련의 붕괴 현장을 자신의 눈과 귀로 똑똑히 보고 들었다. 후쿠야마의 성급했던 희망 송가대로 자유민주진영과 공산독재진영 간의 대결이 영원한 종언을 고했다면 오늘의 한반도는 통일 대한민국이 되어 지금쯤 천하를 비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와 세계의 현실은 오늘과 같은 신냉전의 시대로 전환되고 쟁투하는 두 맹주는 미국과 중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한·미·일 공조, 인도-태평양 전략국가의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각동맹)를 가동하고 나토가맹국을 주도한다. 이에 맞선 중공은 일대일로를 공작하면서 러시아, 이란, 북한의 이른바 '악(惡)의 동조(同調)'세력들을 주도하는 형세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런 외적인 국제권력 정치와 안보체제의 내부 기저에는 그 진영의 신념체계가 깔려있다. 모든 집단이나 국가 또는 진영은 그들의 정당성과 이익을 보장해 주는 대의명분을 인생관, 역사관 가치관의 신념체계로 정립하여 그 구성원들에게 의식화시킨다. 그 신념체계가 흔히 말하는 이데올로기로서 그 집단의 이기주의를 정당화시키는 논리체계가 된다. 이데올로기는 태생적으로 기존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지배적인 인식체계인 것이다. 이런 이데올로기의 반대편에 유토피아가 있다. 현실존재와 불일치하는(거부하는) 다른 무엇을 찾는 것이다.

◇ 21세기 대한민국에 떠도는 마르크스 '공산주의'의 유령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극렬하게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등장한 유토피아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다. 모든 좌파들의 원조 마르크스의 세계관은 바로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변증법적 유물론'이야말로 신성불가침한 진리로서 자연과 사회와 역사를 관통하는 만능키 무불통달의 천리안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마르크스는 당시의 근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소수 지배계급인 유산자계급의 이익에만 봉사하고 절대다수 무산자 노동자계급을 착취하는 '허위의식'이라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계급투쟁으로 폭력혁명을 성취하여 '참의식'인 무계급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은 역사발전의 필연이라고 선전 선동했다. 그것이 바로 1848년 2월 마르크스가 30세 때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공산당 선언'의 골자다. 그 첫머리에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낡은 유럽의 모든 세력들이 이 유령을 몰아내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 유령이 70년간 유럽을 배회하며 1917년 러시아를 피로 물들여 집어삼키고 '유토피아'를 건설한 지 74년 만에 그 공산 유령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로써 공산주의 유토피아 거대담론의 진실은 마르크스의 뇌피셜에 불과한 작위(作爲)였음이 만천하에 검증된 것이다.

어디에도 유토피아는 실현된 적이 없고 남은 것은 디스토피아(Dystopia)뿐이었다. 변증법적 유물론, 사적 유물론, 자본론은 유령이었다. 하나님도 종교신앙도 있을 자리가 없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물질뿐, 정신은 물질의 소산이거나 기능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은 물질이 진화 발전한 최상위 곧 원숭이가 사회적 노동을 통해 진화한 존재다. 숙청당하는 범인들이 노동교화소로 보내지는 근거다. 인권과 인격의 존엄한 가치는 있을 수 없다. 킬링필드도 대량살육도 거칠 게 없다. 물질이 항상 정반합(正反合) 변증법적 모순 대립 투쟁과정을 거치며 운동하고 발전한다는 논리는 인간 심성을 적대심, 증오심, 복수심으로 채우며 타인을 축복할 줄 모르고 저주를 일삼는 계급투쟁형 야수 인간으로 만든다. 이런 유령한테 140여 년을 농락당하며 처절하게 버림받은 사람들은 지금 대부분 제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폐허가 된 디스토피아의 쓰레기더미에서 좀비처럼 되살아 나온 마르크스주의의 잡다한 망령(亡靈)들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아직도 떠돌고 있다.

◇ 소련의 해체와 붕괴 후 국내에서 완간된 '칼 맑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과 '민주화' 운동권

우리나라에 '칼 맑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전 6권이 완간된 해가 1997년이다. 1987년의 '민주화운동선구자 박종철열사'를 추모 기념하는 박종철출판사가 펴냈다. 제1권은 1991년 4월 30일 발간되었으니 소련의 해체가 시작될 즈음이고 제6권이 출판된 것은 소련 붕괴 후 6년이 지난 1997년 1월이었다. 제6권 머리에 박종철출판사가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를 정작 슬프게 하고 힘 빠지게 한 것은…이른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그리고 뒤이은 수많은 사람들의 입장전환…우리는 사실 이 '저작 선집'이 우리 '사상운동'의 교과서 구실을 했으면 하고 생각했다.…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여전히 앞길을 개척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이 '저작 선집'을 권한다." 흔히들 말하는 '민주화 운동권'들의 이념적 지향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유령이라고 자백한 공산주의임을 선언한 것이다. 유령은 어둠이 지배하는 밤중에만 설치지 태양 빛이 밝아 정체가 드러나면 어디론가 숨거나 사라진다. 이 유령의 망령에 사로잡히거나(PD) 북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NL) 무리가 바로 '386운동권 전대협'과 한총련이다.

이들 '민주화'운동권은, 반미·반일·친중·종북·반(反)대한민국·중국몽동참, 국가보안법·폐지·북의 지령받는 민주노총·전교조·언노련·노란봉투법, 종전선언·종전협정·사드배치 반대·미군철수, 통혁당 간첩 신영복은 존경하는 사상가·사람이 먼저다·국민을 사람으로 바꾼 개헌안·도보다리 문재인이 김정은에 건네준 USB·해수부 공무원 서해월북 피살·탈북선원 강제 북송, 동성애·성평등교육·성소수자·차별금지법, 재벌해체·기본소득·토지공개념·소득주도성장·원전철폐·태양광 등등과 연계되고 이 항목들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찬성에 전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관련 직간접 아이템들이기도 하다.

◇ 광주 집회, 전한길의 자유민주주의 대 황현필의 반미 친중공 종북 충돌

더 많은 논의는 추후로 미루고, 탄핵반대 진영과 탄핵찬성 진영이 분출하는 이념과 세계관을 단적으로 대비해 볼 수 있는 행사가 지난 15일 광주 금남로에서 벌어졌다. 반탄집회의 주 연사로 매번 등단하는 경북 경산 출신의 전한길 역사 강사를 의식해 그 대척 인물로 찬탄집회에 처음 등단한 전남 광주 출신의 황현필씨가 화제다. 반탄 전한길 강사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메시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황씨는 2022년 대선 때 "이재명은 이순신 같은 인물, 윤석열은 원균 같은 자"라고 했던 사람이고 6·25는 "미국이 연출, 각본, 시나리오를 다 짜서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라고 주장하며 "현대사 공부하는 가장 큰 목적과 의의는 성숙한 반미의식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파하는 황씨도 역사강사다. 그는 이날 "탄핵반대 집회를 여는 저들은 극우가 아니라 친일 매국 좀비이자 독재 추종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전한길 강사는 이날 황현필씨의 이런 '반미의식과 진실을 왜곡하는 6·25 관련 발언'을 짧지만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탄핵반대 집회 개최를 거칠게 공격하며 거부했던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광주시장의 눈부신 폭력적 범죄경력과 정율성 공원조성을 밀어붙이던 그의 친중공 종북 정신세계의 민낯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이날의 흥밋거리였다.

◇ CPAC 2025, 선관위 부정선거와 이재명의 대북송금까지도 공론화

세계 제1의 패권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건국 정신인 기독교'의 세계관을 강력하게 부활시키며 대외로는 전지구적으로 중공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대척점에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무신론 진화론 세계관을 고수하면서 중국몽을 꿈꾸는 시진핑이 맞서고 있다. 때마침 트럼프 취임 한 달 만에 지난 20~22일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2025)는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친중공 친북 세력이라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선관위 부정선거와 이재명의 대북송금까지도 공론화시켰다. 5만명 가까운 미국 젊은이들이 생명을 바쳐 북한, 소련, 중공 공산침략군을 물리치고 지켜낸 자유대한민국을 붕괴시키려는 친중공 북한 앞잡이들을 그냥 둘 수 없다는 뜻이다.

신냉전 시대 이 비상시국, 미중 양측이 펼치는 하이브리드 초한전에 대비하여 군사 지정학적 요충지인 대한민국이 취할 올바른 세계관의 정향(定向)은 어디서 누가 선택할 것인가? 헌재와 선관위가? 국회와 언론이? 초록동색 싹수가 노랗다면 비상계엄으로 비상계몽된 국민주권자들이 가정과 학교·캠퍼스, 교회와 사찰, 거리와 광장에서 그 최종 선택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손대오 (전 세계일보 편집인·주필·회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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