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1인 1계좌'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건, 금융권에서 하나만 가입할 수 있던 것을 은행·증권사 등 여러 곳에서 가입·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ISA가 시장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세제혜택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시장 전체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중개형 ISA를 중심으로 세제혜택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수요가 폭증한 영향입니다.
앞서 정부는 연간 ISA 납입 한도를 2000만원에서 4000만원, 총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릴 것을 발표했습니다. 비과세 한도 역시 200만원에서 500만원, 서민·농어민용 ISA는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했죠.
ISA를 향한 이 같은 관심은 최근 해외투자 수요 증가로 다시 한 번 확대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절세효과 때문입니다. ISA에선 해외주식을 직접 매수할 순 없어도, 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건 가능한데요. ISA의 경우 초과 이익금에 9.9%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반면, 일반 계좌로 해외주식에 투자해 250만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하면 양도세 22%를 내야 합니다.
'1인 1계좌' 규제가 폐지되면 절세혜택과 함께 ISA 시장 규모가 보다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합니다.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늘어남으로써 증권·은행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도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란 논리입니다.
하지만 ISA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다소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분위기인데요. 먼저 다계좌가 가능해지면 세금을 어떤 식으로 계산하고, 누가 원천징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ISA에서는 손익통산 방식으로 세금이 매겨지는데요. 각사마다 손익과 손실이 다르게 발생했을 때, 정해진 납입·비과세 한도 내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주체 혹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업계에선 과세 정보를 한 번에 통합 관리하는 전산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또 각 사별, 가입자 유형별(일반·서민·농어민 등)로 납입·비과세 한도 등의 기준도 만들어야 하는데, 금융기관마다 과세 한도를 나눠 이용하게 되면 고객들의 혼란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ISA '1인 1계좌' 규제 폐지를 두고 벌써부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변화된 ISA 제도가 국내 자본시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소통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