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지난 2012년부터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축제를 만들면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생생하게 목격하였다. 예술은 주민들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아이들이 자존감을 높여 꿈을 꾸게 하였다. '뭐든지 예술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대학의 영상학과와 애니메이션 학과로 진학하였다. 그리고 청년예술가들에게 활동할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로 지역활력'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방소멸', '양극화', '지역 상권 쇠퇴', '청년 실업률' 등 복잡다단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과 정책을 동원하였으나 효과가 미미하였다. 오히려 예술을 통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는 지역재생 이슈에 부응하여 국내외에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고,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미술관 및 도서관, 출렁다리 같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하드웨어를 만들어서 지역 활성화를 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예술가와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민간주도형 모델이다. 군산의 근대역사거리와 부산 영도의 커피문화거리를 가보면 청년예술가들의 활약이 그 지역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가미야마도 주민주도형 모델의 좋은 사례이다.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하듯이 예술과 지역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와 활동의 공간을 제공하여 예술가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어떨까? 이 단순한 것이 지역의 현실에서는 쉽지가 않다. 지역의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예술가를 일회성 대형행사와 축제에 동원하는 소모품으로 대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돋보이게 하는 데 동원되기도 한다. 심지어 예술가가 만든 프로젝트에 슬쩍 숟가락을 얹는 무임승차도 발생한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 예술가들은 그 지역과 멀어진다.
모든 지자체가 '문화도시'를 지향하지만, 제대로 된 '문화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계획에 따라 실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구호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예술로 지역활력'을 원한다면 지역이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지고, 예술가를 제대로 대우해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은 산소처럼 지역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사회적 위기에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창조도시론'으로 유명한 일본의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는 지역을 창조하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예술가와 청년에게 있다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청년예술가를 지역으로 초대할 최적기다. '지방소멸'이 걱정되고 '청년층 유출'이 심한 지역이라면, 지자체가 행정조직 안에 '기업유치과'를 만들 듯이 '청년&예술가 유치팀'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절박한데 못 할 이유가 무엇인가?
/문화실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