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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외면해선 안 되는 배려와 강요해선 안 되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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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4. 11. 06. 06:00

바이든 네타냐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이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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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겪은 사소한 일상 얘기다.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가고 있는데 한 여성이 내 주변에 다가와 섰다.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었겠지만 그 여성의 가방에 달린 분홍색 배지를 보고서 임산부인 것을 알아채자마자 나도 모르게 일어섰다. "여기 앉으세요." 배려심이 몸에 배어버린 문화시민이라는 자의식에 도취되려는 그 순간 예상을 벗어난 상대의 반응에 불편해졌다.

그 여성은 아무 말 없이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난 그 옆에 선 채 어쩌면 나만 찜찜했을지 모르는 동행을 이어갔다. 상대의 냉담함에 당황했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태도에 불쾌감마저 느꼈다. '내 호의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원하지도 않은 호의를 제공해 놓고 대가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과욕일 수 있다는 거다.

이란과 대립 중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 사방을 휘저으며 확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해 국방예산은 약 240억 달러(작년 기준 약 33조1000억원)로 한국 국방예산(약 57조1200억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위시하며 활개를 펼 수 있는 요인은 미국의 막대한 원조에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2028년까지 10년간 총 380억 달러(약 52조4000억원), 매년 약 38억 달러(5조2400억원)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외교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손잡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정보전에서 주변국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스에서 자리 양보한 얘기 하다가 뜬금없이 무슨 이스라엘 국방력 타령인가 싶을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은 호의'에 관한 얘기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원조를 발판 삼아 중동 패권 장악을 노리고 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존재인 미국에 무조건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외교 정책이나 군사 작전에서는 미국의 뜻과 다르게 독자적인 노선에 따라 판단을 내리곤 한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청해 왔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무기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에 이스라엘은 부분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여전히 군사 작전에서는 독립적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와 독립성을 중시해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형성된 긴장 속에서 미국은 마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 놓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대가 냉담한 태도를 보일 때의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한 지원과 배려를 외면해선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행위를 호의로 간주해 상대에게 원하는 태도를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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