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특집] ‘천상의 맛과 즐거움 가득’ 강진군 병원면 ‘불금불파’ 주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tv.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611010004818

글자크기

닫기

이명남 기자

승인 : 2023. 06. 13. 06:00

불타는 금요일엔 불고기 파티
조선시대부터 병영 돼지불고기 유명
지난달 26일 개장 이후 매주 방문객으로 인산인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 등 관광자원도 풍성
강진 병영불금불파
강진 '불금불파' 를 찾은 방문객들이 연탄불고기와 막걸리를 즐기고 있다./제공=강진군
얇게 저민 돼지고기에 마늘과 간장, 설탕과 고춧가루를 버무리고 석쇠로 초벌구이한 다음 연탄불에 가볍게 익힌다. 씻어나온 푸른 상추 몇장을 들어 물기를 '탁탁' 털어낸 후 불향이 진하게 스며든 살코기를 놓고 파채와 참깻가루, 고추, 마늘을 얹어 먹으면 적당히 기름진 고기와 양념의 풍미가 입만을 가득채운다. 입 안이 비워질때쯤 옆에 준비된 차가운 지역 맥주를 마시면 "캬~"라는 감탄사와 함께 여기가 천국이고 이것이 천상의 맛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강진 연탄불고기
병영 돼지불고기/제공=강진군
매주 불타는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3시 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원시장 일원에서 10월까지 불고기 파티 '불금불파'가 열린다. '불금불파'는 '불타는 금요일엔 불고기 파티'를 줄인 말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지역의 대표 향토 음식인 돼지불고기를 즐길 수 있는 장이다.

병영면에는 세류교부터 약 350m 구간에 이른바 '병영 돼지불고기 거리'가 있다. 오래 전부터 맛을 인정받아 다양한 미디어와 유명 인사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병영 돼지불고기가 유명해진 것은 조선시대부터다. 당시 강진 현감은 종6품으로 작은 고을의 원님이었다. 어느날 전라병영성 최고 책임자로 병마절도사(친 조카)가 지역에 부임했다. 현감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조카의 부임을 축하하고자 직접 찾아갔다. 병마절도사는 양념이 잘 밴 돼지고기를 내놓으며 현감을 웃어른으로 대우했다. 그때부터 병영에서는 귀한 손님이 방문하면 돼지불고기를 내놓는 것이 전통이 됐다.

강진군
지난달 26일 강진군에서 열린 '불금불파' 개막식에서 강진원 강진군수(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개최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제공=강진군
강진군 불금불파
지난달 26일 개장한 불금불파 행사에 참석한 군민들과 방문객들이 강진군이 마련한 행사를 즐기고 있다. /제공 =강진군
'불금불파'는 지난달 26일 개장 이후 입소문을 타 매주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먹거리 부스와 푸드트럭에도 파전, 쌀국수, 떡볶이, 닭꼬치, 소시지 등을 먹기 위해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현장에서는 불고기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활용한 하이볼과 칵테일, 강진군이 자체 개발한 하멜 촌맥주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강진군 하멜맥주
하멜촌 맥주
행사장에는 전통등 만들기, 도자기 아트 등 문화 예술 체험과 지역 농특산품과 기념품, 아트 공예품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며 하멜기념관 옆 텐트촌 불빛들은 병영의 밤을 수 놓는다.

강진군은 20개 동의 무료 텐트촌을 조성해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낭만적인 강진의 밤을 선사한다. 예약 경쟁률이 치열해 군은 향후 오토캠핑장, 글래핑장 등을 확대 조성해 최고의 '감성여행 핫플'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강진군 전라병성
전라병성 /제공-=강진군
강진 병영면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문화 관광자원도 풍성하다.

조선조 500년 동안 전라도와 제주를 관할했던 육군총지휘부 전라병영성부터 하멜표류기로 조선을 서양에 처음 소개했던 네덜란드인 하멜을 기념하기 위한 하멜기념관, 특유의 빗살무늬 모양으로 유명한 한골목 옛담장, 천연기념물 제385호로 지정된 높이 30m의 병영은행나무,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29호인 병영홍교, 홈골재에서 바라본 수인산 풍경까지 관광 포인트가 다양하다.

특히 추사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지지' 등에 따르면 전라병영성은 둘레 2820척, 높이 18척 규모로 성문 4곳에 연회장, 객사 등 15동의 부속 건물을 갖췄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학 농민운동으로 폐영 직전까지 1889개의 가옥에서 5973명이 거주했을 정도의 규모며, 조선 팔도를 주름잡았던 개성상인과 비교되는 남부지역 최대 규모 병영상인의 시발점이다. 둘레 1060m, 높이 3.5m의 웅장한 성곽을 따라 걸으며 전라병영성지의 과거를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전라병영성 동문 맞은편으로는 시골 마을에서 쉽게 보기 힘든 네덜란드식 담장인 한골목 담장이 있다. 평평하고 납작한 돌을 오른쪽 왼쪽 번갈아 빗살 무늬 형태로 쌓아 올렸다. 1656년부터 7년간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하멜 일행이 쌓아 올렸다.

하멜기념관
하멜기념관 /제공= 강진군
강진군이 지난해 11월 증축한 하멜기념관도 대표 볼거리다. 전라병영성 출토 유물부터 17·18세기 네덜란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생활 용품 등을 볼 수 있다. 또 전라병영성을 축소한 세트장에서 모형 활을 쏘며 적군을 물리치는 스크린 게임과 4D 영상관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있다.

찬란한 역사 유산과 재미있는 콘텐츠, 수려한 풍광이 존재함에도 병영은 대도시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 마을이었다.

강진의 효자 관광상품인 마량놀토수산시장도 강진원 43대 군수 재임 시절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고민에서 탄생한 축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현장에서 만나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즐기는 축제 방안을 모색하다 나온 결과물로, 2015년 첫 개최 후 지난해까지 99만여명이 다녀갔다.

강진원 군수는 "불금불파 개최의 가장 큰 성과는 병영의 무수한 관광자원을 기존보다 구체화시킨 데 있다"면서 "비록 면 단위 작은 행사로 시작하지만 풍성한 관광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계시켜 결국 강진 전체가 생동감과 활력이 넘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대도시에서의 접근 편의를 위해 광주~강진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광주 유스퀘어 터미널(1번 홈)에서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5시 30분 총 3회 출발한다. 오후 2시 30분 버스는 무위사, 백운동원림, 강진다원 등 지역 관광지를 경유한다. 강진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는 오후 9시에 출발한다. '버스 한바퀴' 홈페이지 시티투어 메뉴에서 사전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이명남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